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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로 본 결정력 (AI, 행동경제, 선택)

by 뽀숑맘의 재테크공부노트 202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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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결정력’은 곧 생존력이다.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그의 신작 『결정력 수업』에서 행동경제학과 인지심리학, 그리고 AI 기술을 종합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실제 전략을 제시한다. 다크 디폴트, 알고리즘, 신념 형성 메커니즘 등 현실의 다양한 결정 사례를 분석하며, 인간답고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행동 설계법을 강의한다.

결정력 수

다크 디폴트의 함정과 행동경제의 경고

『결정력 수업』은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폭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의 온라인 후원 시스템이다. “매월 정기 기부” 항목에 미리 체크 표시를 해두고, 이를 사용자가 인지하기 어렵도록 시각적으로 교묘하게 배치한 전략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다크 디폴트(dark defaults)’의 전형이다. 이 설정 하나로 수천만 달러의 기부금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비합리적인 기본값’에 휘둘리는지를 보여준다. 캐스 선스타인은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차적 결정(second-order decision)’을 제안한다. 즉, 미리 기준을 설정하거나, 복잡한 결정을 더 작은 단계로 나누는 방법을 통해 감정이나 편향에 의한 잘못된 선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피곤할 땐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기준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결정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선택 설계자(nudger)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AI 알고리즘 vs 인간의 결정력

이 책의 또 다른 핵심은 인공지능과 인간 판단력의 비교다. 캐스 선스타인은 코넬대의 존 클라인버그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형사 판결에서 AI 알고리즘이 판사보다 낮은 범죄율을 보였다는 결과를 소개한다. 이는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언제, 어떻게 알고리즘의 판단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감정이나 윤리적 판단,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알고리즘이 학습한 데이터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면, 그 결정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결정력 수업』은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고,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오늘날 결정자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되묻는 지점이다.

신념의 형성과 갱신, 왜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가

정치적 이슈, 기후 변화, 음모론 등에서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보다 ‘믿고 싶은 것’을 신뢰한다. 『결정력 수업』은 302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 실험을 통해, 정보가 어떻게 우리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지를 분석한다. 좋은 소식을 들은 보수층은 기존의 회의적 입장을 강화하고, 나쁜 소식을 들은 진보층은 기존의 위기의식을 더욱 키웠다. 이를 ‘비대칭적 갱신(asymmetrical updating)’이라고 한다. 이 메커니즘은 뉴스 소비, SNS 이용, 정치 성향에 따라 더욱 증폭된다. 심지어 페이스북을 끊으면 우울감이 줄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플랫폼에 머무르려 한다. 이러한 역설은 인간이 얼마나 감정적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결정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계산이나 분석 이상의 것임을 깨닫게 한다. 선스타인은 신념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조건을 제안한다.

결론: 인간 중심의 결정력, 그 복잡하고도 유일한 무기

『결정력 수업』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우리는 다양한 심리적 함정과 기술적 조작 속에서도 자기결정권을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선 명확한 기준과 다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한 행동경제학 개론을 넘어, 실제 삶에서 결정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생의 세 가지 가치 ― 행복, 에우다이모니, 심리적 풍요 ― 는 결국 우리가 ‘왜’ 결정하는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행복은 당장의 만족을 위한 결정이라면, 에우다이모니(삶의 방향성과 의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심리적 풍요는 우리를 익숙한 틀 밖으로 이끌어, 새로운 선택지와 마주하게 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진짜 중요한 선택을 위해 이 책은 분명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당신은 생각하는 존재이며, 그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그 선택이 곧 당신의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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